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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수마을 공통점? ‘거친 음식’ 먹는 거죠”

공 합장 2010. 10. 20. 21:19

한겨레] [건강2.0] 가족 건강 지키려 직접 농사짓는 이원종 교수
잔병치레 딸 자연치유 '깨달음'

"통째 먹는 야채, 도정 안한 곡물

비타민 등 질병 예방물질 많아"

이원종(58) 국립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수업이나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정장을 좀처럼 안 입는다. 간편한 티셔츠와 멜빵바지, 밀짚모자 차림일 때가 더 많다. 그는 '농사짓는 교수'다. 부인과 단둘이 강릉에 있는 허름한 농가주택에 산다. 빨간 함석지붕의 단층짜리 집은 보잘것없지만 그 대신 그의 집엔 풍족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푸성귀'다. 300여평의 텃밭에는 감자, 상추, 쑥갓, 오이, 토마토, 가지, 고추, 옥수수, 호박, 당근, 배추, 무 등 갖가지 채소가 자란다. 이것들은 매일 그의 식탁을 가득 채운다. 그는 "지금껏 60㎏대의 체중을 유지하며 잔병치레 없이 살았다"며 "농촌에 살면서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를 먹은 것이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가 농사짓는 일을 동경한 건 30년 전이다. 미국 유학 시절 공부하던 대학에서 조그만 텃밭을 불하해 학생들에게 간단한 채소를 기를 수 있도록 했는데, 그때부터다. 7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아파트 생활을 할 때도 그는 베란다에서 야채를 키웠다. "그렇다고 해서 농촌의 삶 자체를 동경하지는 않았어요. 이미 익숙해진 도시 생활을 청산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그의 마음을 돌린 건 큰딸이었다. 20여년 전, 당시 15개월이던 첫째딸은 유독 병치레가 잦았다. 감기약을 늘 달고 살았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교환교수로 1년 재직하는 동안 잔디밭에서 뛰어놀게 했더니, 그다음부터 병에 안 걸리더라고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자연'이었어요. 귀국한 후 아파트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들어갔죠."

농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15평에 불과한 낡은 농가주택에 적응하는 것에서부터 농사일에 익숙해지는 것까지 모든 것이 힘에 부쳤다. "첫 고추 농사를 지을 때, 모종에 물을 제대로 주지 않아 모두 죽인 적도 있고, 고추 안에 곰팡이가 슬어 고추 수확을 한 뒤 몽땅 버린 적도 있었죠." 그럼에도 그는 가족의 건강을 위한 일이기에 농사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라고 많은 사람이 고민한다"며 "이럴 때 나는 '거친 음식'을 먹으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오키나와, 파키스탄의 훈자,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등 세계의 유명한 장수마을의 공통점이 뭔 줄 아세요? 바로 한결같이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도정하지 않은 거친 곡물을 주식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거친 음식은 뭘까.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속에서 거칠게 자라난 채소나 산나물, 도정하지 않은 현미·보리·잡곡, 콩과 팥, 해조류 등 우리 조상이 예로부터 먹어오던 전통음식을 말한다. 그는 "이런 식품들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생리활성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며 "식물은 입, 줄기, 뿌리 등을 있는 그대로 통째로 먹어야 좋고, 곡물은 거친 상태로 먹어야 비타민 B1, B2, B3는 물론 철분, 셀레늄, 아연 등의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강을 해치는 식품은 '부드러운 음식'이다. 흰쌀과 흰밀가루, 소금, 설탕, 지방,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과 가공·인스턴트식품이 해당된다. 부드러워서 먹기에는 좋지만 정작 우리 몸에 필요한 무기질, 비타민, 섬유소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소화도 잘 안되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당뇨, 고혈압, 지방간, 고지혈증, 뇌졸중, 암 등 각종 생활습관병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교수 역시 "젊은 시절 한때 점심을 햄버거로만 때웠더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까지 올랐다"며 "'거친 음식' 식단 1년 만에 이를 정상으로 되돌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흰쌀밥과 고기반찬,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일반인이 하루아침에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럴 때 그는 거친 음식을 먹기 위한 십계명 실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오랫동안 천천히 씹어 먹기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기 △지역에서 나오는 토종식품과 전통식품 먹기 △색과 향이 진한 식품 먹기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식품 먹기 △살아 있는 발아식품 먹기 △도정하지 않은 곡식 먹기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먹기 △일주일에 두세 번 등푸른 생선 먹기 △먹는 식품의 40~50%는 날로 먹기 등이다.

"가정 수입의 30%를 먹거리에 써야 합니다. 집과 차, 옷을 사고 사교육비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 먹거리에 쓸 돈을 아낀다는 건 모순입니다. 건강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지요. 이밖에 식사는 20분 이상 천천히 해야 합니다. 입안의 음식은 20번 이상 씹어 넘겨야 합니다. 깨끗한 공기와 물, 오염되지 않은 자연식품과 혈당 지수가 낮은 거친 음식을 조금씩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이것이 장수의 비결입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이원종 교수 제공

출처 : 茗田의 차사랑
글쓴이 : 茗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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